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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떠올리며

by 소크리뷰 2025. 6. 7.

조금은 의아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느 날 스마트시티 한복판을 걷던 중 문득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떠올랐습니다. 최신식 가로등, 공공 와이파이, 앱 기반의 도시 운영 시스템까지. 문서로만 보면 매우 인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졌습니다.

벤치는 마련되어 있었으나 앉은 사람은 없고, 디지털 안내판은 많았지만 이를 유심히 보는 이도 없었습니다. 도시는 깨끗하고 효율적이었으나, 그 안에 ‘머문다’는 느낌보다는 ‘지나간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 순간 『유토피아』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현실성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실제 가능한 도시 설계로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어떤 부분은 풍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그 디테일이 아니라, 그가 제시하고자 한 ‘의도’였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 공정하고 연결된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만드는 이 스마트한 도시들 속에서, 정말로 중요한 질문들은 과연 충분히 던져지고 있는 것일까요?

 

기술은 훌륭하지만,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기술은 분명 유용합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아마 제가 자라온 마을 전체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용함’과 ‘인간다움’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최적화되었을 때(교통, 쓰레기 수거, 조명)그 안에서 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예상 밖의 일들, 작은 혼란, 그리고 ‘도시가 살아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럴 때 『유토피아』가 다시 떠오릅니다. 기술보다는 ‘의도’에 대한 이야기로요. 모어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번갈아 리더 역할을 하며,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그 사회는 ‘함께 살아간다’는 데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시민의 도시여야 합니다

많은 스마트시티는 기술자의 시선으로 설계된 도시처럼 보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시민, 방과 후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요.

모어가 상상한 도시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시민의 주체성과 ‘소유감’이 있었습니다. 도시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이었으며, 구성원 모두가 책임과 권한을 함께 지녔습니다. 지금 우리의 도시에는 그러한 감각이 부족하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결국 제가 자꾸 돌아오게 되는 생각

좋은 도시는 ‘존재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QR코드를 스캔하지 않아도 앉을 수 있는 벤치, 커피를 사지 않아도 쉴 수 있는 공간, 감시받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거리. 이것은 기술을 반대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우선하자는 제안입니다.

 

마무리하며

정답은 없습니다. 저 역시 도시 설계자도, 정책 입안자도 아니니까요. 그저 주변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유토피아』라는 1516년의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상상하지 않으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상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스템만을 만들고, 이웃 없는 마을을 만들며, 기능은 잘 돌아가지만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도시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Q&A: 『유토피아』와 스마트시티에 대한 질문들

Q: 『유토피아』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 아닌가요?
A: 네, 맞습니다. 그러나 오래되었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Q: 스마트시티는 문제가 많은 개념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마트함’이 ‘비인간적’이라는 의미로 왜곡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왜 시민의 의견이 도시 설계에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시민이 실제로 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자나 설계자는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에, 실생활 경험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Q: 데이터 수집은 정말 문제인가요?
A: 데이터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과도한 수집이나 설명 없는 활용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수집과 투명한 설명, 그리고 사전 동의는 필수입니다.

Q: 『유토피아』가 지금 우리 사회에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도시는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로 판단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술보다 사람에 관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