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액션 장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존 윅』 시리즈는 4편에 이르러 액션의 미학과 철학을 모두 아우르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존 윅 4』는 물리적 충돌을 넘어, 전투 자체가 서사의 일부로 작동하는 정교한 안무를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이 글에서는 시리즈의 핵심 기획자이자 액션 감독인 채드 스타헬스키와 전투 안무가 팀이 말하는 ‘3단계 액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춰 『존 윅 4』의 액션 구조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단계: 리얼리즘과 무술의 밸런스
『존 윅 4』의 액션이 단순한 총격전이나 무차별적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철저한 리얼리즘 기반 훈련과 동작 설계 덕분입니다. 주인공 존 윅을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는 실전 격투기와 사격 훈련을 오랜 시간 소화했으며, 이 모든 움직임은 전투 안무가와 함께 사전에 구성한 것입니다.
1단계에서는 ‘현실적인 움직임이지만 시각적으로 지루하지 않은 동작’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근접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기 격투는 실전에서 사용되는 택티컬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되, 화면상에서는 일정한 리듬과 정렬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동작들은 실제 무술과 영화적 연출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며, 이는 곧 무술 훈련에 기초한 배우의 피지컬이 받쳐주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존 윅』의 전투는 현실과 허구의 중간 지점에서, 관객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물리적 긴장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단계: 시네마틱 감각과 동선 설계
두 번째 단계는 전투 안무가가 설계한 ‘공간 활용’과 ‘시각적 흐름’입니다. 『존 윅 4』는 특히 장소의 미학적 요소를 활용한 액션 장면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파리 개선문, 오사카 교토풍 호텔, 베를린 나이트클럽 등 각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액션 자체를 이끌어가는 주요 변수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개선문 씬에서는 자동차와 보행자의 동선을 모두 계산하여, 존 윅이 교차하며 회피하고 반격하는 복합적 액션이 연출됩니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히 촬영된 것이 아니라 전투 안무가가 각종 스턴트와 공간 제약을 감안해 미리 설계한 결과입니다. ‘전투 동선’은 단지 공격과 방어의 경로가 아니라, 관객의 시선이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네마틱 장치입니다.
덕분에 관객은 혼란스러운 액션 속에서도 어느 위치에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3단계: 감정 서사의 흐름과 연결
마지막 단계는 ‘감정이 흐르는 전투’입니다. 『존 윅 4』는 단순히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전투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의 결을 드러냅니다. 대표적인 장면은 베를린에서의 클럽 액션 시퀀스입니다. 존 윅은 과거 동료에게 배신당한 감정, 복수의 의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앗는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복합적으로 안고 전투에 임합니다.
이 장면의 동작들은 급격한 리듬 변화와 반복되는 동작군을 통해 감정의 기복을 암시하며, 화면 위에서 액션이 아닌 ‘정서적 표현’으로 작동합니다. 전투 안무가는 여기에 감정을 덧입히기 위해 조명, 음악, 카메라 워크까지 함께 고려하여 전투 구성을 마무리합니다. 존 윅의 전투는 개인의 고통, 무게, 사명감을 몸으로 표현하는 한 편의 무언극과도 같습니다.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철학
『존 윅』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액션 ‘철학’의 집합체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작진은 ‘살상’이라는 행위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서사를 끌어내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이는 주인공 존 윅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모든 액션 설계에 담겨 있는 의도입니다. 전투는 그저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선택과 책임, 그리고 인간 관계의 끝자락에 남은 감정의 찌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존 윅 유니버스’를 단순한 복수극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신화로 확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 액션 그 이상의 체험
『존 윅 4』는 단순한 액션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전투 안무가가 말한 3단계 구조—현실성과 무술의 조화, 공간 설계와 시네마틱 감각, 감정을 담은 전투—는 단지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객이 액션을 ‘체험’하게 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이자, 동시에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로 기능합니다. 『존 윅 4』는 한 편의 정교한 퍼포먼스이자 감정의 회랑이었으며, 액션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넓혀주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https://youtu.be/BfGEk6kxTmg?si=4VVNuuY0nMO-_4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