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세계가 갑자기 연결되기 시작하면 정말 흥미롭습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공간이 딱 그런 경우였어요. 표면적으로 보면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하나는 정치적 혼란과 전후 유럽에서 태어났고, 다른 하나는 기술자들과 미래주의자들의 코드 속에서 만들어졌죠.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 둘을 연결하는 실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들을 함께 나눠볼게요.
브레히트 서사극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브레히트를 대학 연극 수업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그의 서사극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에픽(서사적)"과는 조금 달라요. (예: “그 영화 진짜 에픽이었어!” 이런 식 말고요.) 브레히트는 관객이 항상 깨어 있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길 원했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항상 '이건 연극이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죠. 그래서 배우가 갑자기 관객을 향해 말을 걸기도 하고, 무대 전환이 일부러 투박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어요.
당시에선 충격적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신선합니다.
메타버스: 연극을 위한 새로운 디지털 무대
이제 현재로 돌아와 보죠. 메타버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정말 흥미롭고 잠재력 넘치는 공간입니다. VR 헤드셋, 아바타, 실시간으로 배우와 관객이 상호작용하는 3D 환경까지. 가장 잘 구현되었을 때, 이건 완전한 몰입 그 자체죠. 그런데 말이죠, 몰입이 꼭 환상 속에 빠져드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더 또렷이 인식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이거, 어디서 많이 들은 얘기 같지 않나요?
VR 속 낯섦의 효과
이 부분에서 저도 놀랐습니다.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Verfremdungseffekt)와 메타버스의 종종 어색한 인터페이스가 예상치 못한 접점을 만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VR 공연을 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끊기거나, 아바타가 벽을 통과하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 몰입이 깨지죠. 브레히트가 원했던 게 바로 그거예요. 의도적으로 관객을 현실로 끌어내는 장치들. 메타버스는 이런 효과를 우연히 만들어내지만, 결과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브레히트의 원칙이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나는 공간이 될 수 있어요.
관객의 참여와 선택의 힘
브레히트가 중요하게 여겼던 또 다른 요소는 '관객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는 수동적인 관람객보다, 질문하고 반응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관객을 원했죠. 메타버스에서는 관객이 단순히 자리에 앉아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하며, 선택합니다. 이건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매우 브레히트적인 경험이죠.
제가 지난해 경험한 VR 연극에서는 어떤 방으로 들어갈지, 어떤 인물을 따라갈지를 제가 직접 선택할 수 있었어요. 마치 브레히트가 말하던 “현실을 위한 리허설”을 실제로 겪는 기분이었습니다.
직접 말 걸기의 진화
브레히트의 작품에서는 배우가 관객을 향해 직접 말하곤 했어요. 이른바 ‘4벽 깨기’죠. 그런데 메타버스에서는 그 벽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배우가 관객을 아이디로 직접 부를 수도 있고, 공연 중 DM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벽을 깨는 게 아니라, 아예 없애버린 거죠. 이건 꽤 강력한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서사극의 미래일까?
완전히 그런 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서사극의 핵심 의식, 방해, 정치적 성찰이 디지털 퍼포먼스 공간에서 새로운 형태로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요. 브레히트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의 목표를 새로운 방식으로 실현하는 거죠.
이 변화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짜릿합니다.
Q&A: 서사극과 메타버스의 만남
Q: 서사극이 정말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더 진화할 수 있어요. 메타버스는 브레히트가 원했던 각성, 참여, 비판적 시선을 위한 새로운 도구들을 제공해 줍니다.
Q: VR은 몰입을 위한 공간 아닌가요? 서사극과 반대되는 개념 아닌가요?
좋은 질문이에요. 하지만 브레히트는 몰입 자체를 싫어한 게 아니라, 무비판적인 감정 이입을 경계했어요. 메타버스의 불완전한 특성은 오히려 관객을 현실로 끌어올 수 있어요.
Q: 이런 사례가 실제로 있나요?
네! 어떤 VR 공연에서는 관객이 배우와 토론을 하거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바뀌는 구조를 사용했어요. 정말 브레히트적인 방식이죠.
Q: 이 둘을 결합하는 데 가장 큰 도전은 뭔가요?
'의도된 혼란'을 설계하는 일이요. 서사극은 무작위적인 혼란이 아니라, 목적 있는 낯섦을 요구하니까요.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건 쉽지 않죠.
Q: 모든 연극이 이제 VR로 가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대가 오고 있는 건 분명해요. 이런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더 풍부하고 똑똑한 공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