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개봉한 범죄도시4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훨씬 웃도는 흥행 성적과 호평을 동시에 끌어냈습니다. '이제는 식상할 때도 됐다'는 일각의 우려를 단숨에 잠재우며, 여전히 강력한 몰입력과 통쾌함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마동석 액션은 물론이고, 기존의 틀을 넘는 전개와 감정선, 새로운 빌런의 존재감까지 관객을 다시 한번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았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범죄도시4가 왜 다시 한번 흥행과 호응을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를 세 가지 핵심 이유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1. 시리즈의 공식을 뒤틀다 – 예측을 벗어난 전개
범죄도시 시리즈는 일정한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잔혹한 범죄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중반에는 수사팀의 전열 정비, 후반부에는 마석도 형사의 주먹이 빛나는 정의 구현으로 마무리되죠. 범죄도시4 역시 이 구조를 따르긴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지점에서 틀을 비트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예컨대, 이번 작에서는 주인공이 사건을 처음부터 주도하지 않고, 오히려 늦게 개입하며 관객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과정이 더디게 그려집니다. 그 사이 등장하는 복수의 서브 캐릭터와 다층적인 시선이 이야기를 다면적으로 구성합니다. 이러한 구성이 관객에게 ‘이번엔 뭐가 다를까?’ 하는 기대감을 지속시켜줍니다.
특히 반전을 거듭하며 주인공조차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사건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장면은, 기존 시리즈의 흐름을 알고 있던 관객일수록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익숙함 속에서의 낯섦, 그것이 이번 작품의 큰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2. 빌런의 캐릭터성과 현실감의 결합
범죄도시4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빌런’입니다. 전작의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 주성철(이준혁) 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악역이었고, 이번 작품의 백창기(김무열) 역시 그 계보를 잇습니다.
백창기는 단순한 폭력성을 지닌 악인이 아니라, 치밀하고 계산적인 성격을 갖춘 인물입니다. 그가 저지르는 범죄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을 위해 감정을 억누른 채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오히려 더 소름 끼치게 느껴집니다.
특히 실제로 있을 법한 범죄 수법과 말투, 인물의 사회적 배경은 극의 몰입도를 크게 높여줍니다. 그는 무작정 날뛰는 악당이 아닌, ‘왜 이 사람이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일말의 이해를 자극하는 서사를 갖고 있어 더욱 복합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처럼 범죄도시4의 빌런은 단순히 때려잡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현실 속의 악과 닮아 있어 관객에게 더 깊은 공포와 반응을 유도합니다.
3. 마동석 액션의 진화 – 익숙하지만 더 강렬하게
마석도 형사의 주먹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이자 시리즈의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범죄도시4에서는 그 액션의 방식과 구성이 더욱 정교해졌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예전에는 '한 방에 끝내는 주먹'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액션이 돋보입니다. 실내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 차량 안에서 벌어지는 몸싸움, 다층 구조를 활용한 추격전 등은 단순한 힘의 싸움이 아닌 연출의 결과물입니다.
마동석 특유의 무게감 있는 움직임은 여전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액션이 단지 시각적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관객은 액션 속에서 인물의 감정, 관계, 배경까지 함께 느끼게 되고, 그만큼 타격감도 심리적으로 더 크게 전달됩니다.
인상 깊은 장면: 교도소 접견실의 숨 막히는 5분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한 장면 중 하나는 교도소 접견실에서의 대면 신입니다. 마석도 형사와 백창기 사이의 이 장면은 실제 액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격해지지 않고, 오히려 아주 차분하게 서로를 관찰합니다. 그 안에서 흐르는 대사는 날카롭고, 눈빛은 서로의 약점을 탐색하는 맹수의 기운을 띱니다.
이 장면은 배우 김무열의 정제된 감정 연기와 마동석의 무게감 있는 존재감이 절묘하게 부딪히며, 액션이 아닌 정서적 충돌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장면입니다.
결론: 형식을 지키며 새로움을 만든 범죄도시4
범죄도시4는 분명 이전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마석도는 여전히 강하고, 악당은 여전히 악하며, 정의는 결국 승리합니다. 하지만 그 안의 구성과 방식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익숙함을 유지하되 낡지 않게 만들었고, 반복을 경쾌한 공식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스토리 전개, 빌런 설정, 액션 시퀀스 모두 이전보다 더 촘촘하고 섬세해졌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더욱 진중해졌습니다.
관객들이 범죄도시4에 다시 반응하고 열광한 이유는 단순한 시리즈의 힘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변화의 의지와 그것을 구현해낸 실행력 덕분입니다.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https://youtu.be/E5VOXkqNoj8?si=ArVur6xHq-YXIL7S